LIFE TALK

심심해서
재미있다

무용하고 무료하고 심심해서 안도하게 만드는 콘텐츠를 환영한다.

SNS는 일상 공유인 것 같지만 자기 과시가 빤히 보이고, 상대적 박탈감이 따라온다. SNS는 평화로운 것만도 아니다. 사회 이슈를 놓고 격렬하게 논쟁을 벌이거나, 조회수를 높이려 오색찬란 자극으로 무장한 영상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콘텐츠 홍수에 질려버린 사람들은 자연스레 콘텐츠로 시간을 소비하되 자신을 피로하게 만들지 않는 것에 마음을 빼앗겼다. 경쟁도 논쟁도 자기 과시도 없는 무덤덤한 일상의 한 장면, 오감을 피로하게 만들지 않는 시간을 원한 것. 한 때 한국 특유의 키치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하긴 하지만, 미학은 찾을 수 없는 화려한 건물 외벽 간판이 시각적 피로를 초래한다며 톤 앤 매너를 정리하는 것과 비슷하다. 유튜브에서 ‘관찰남’이라는 이름으로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 주는 관찰 영상 채널의 구독자 수는 10월 중반 현재 10만8천 명, 인기 동영상 조회수는 1백만을 넘었다. 편집이나 그래픽디자인이 화려한 것도 아니고, 스마트폰으로 촬영했을 것 같은 단순한 영상이다. 페이스북의 ‘무자극 콘텐츠’ 페이지가 인기다. 개설한 지 반년도 지나지 않아 팔로워 4만 명이 넘었다. 반쯤 문이 열린 현관, 신호 대기 중인 자동차, 사람이 오가지 않고 비어 있는 계단, 말린 유칼립투스, 물이 가득 찬 흰 유리잔, 빗물이 고인 아스팔트 도로 등 대체로 자연광에 식물, 톤다운된 컬러, 모노톤 이미지로 눈의 피로를 유발하는 요소가 전혀 없는 사진이다. 평면 사진이지만 고요하고 정적인 분위기가 마음으로 느껴진다. 주인공이 계략을 짜고, 불륜과 살인 방조까지 등장하던 막장 드라마의 인기도 한풀 꺾인 모양새, 대중의 욕구를 캐치한 예능 프로그램은 자연으로 들어가고, 여행을 떠나며 특별히 무언가 하려고 애쓰지 않으며, 쉬는 걸 보여준 지 오래다.



‘리얼’이라고 설정된 이 상황을 보며 사람들은 웃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비 오는 소리, 바람 소리, 파도 치는 자연의 소리와 소곤소곤 속삭이듯 말하며 ASMR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 여름과 가을> <리틀 포레스트 2 – 봄과 겨울> 시리즈는 이불 밖은 위험하므로 방 안에서 무해한 콘텐츠를 즐기고 싶어 하는 이들이 주기적으로 찾아보는 영화가 됐다. 자연환경의 사계절 변화가 아름다운 영상에 담겨 보는 즐거움이 있고, 여고생 주인공이 제철 재료를 사용해 차리는 소박한(그렇게 보이지만 실은 손이 많이 가는) 식사 한 끼를 먹는 모습은 언제 봐도 평화롭다. 담백하고 심심한 분위기의 콘텐츠는 외식에 질려 엄마의 밥을 찾는 기분과 같다. 이 또한 트렌드로 일시적 유행으로 지나갈 수 있다. ‘킨포크’란 단어가 사라진 것처럼 말이다. 다만 엄마도 MSG를 썼다는 걸 알게 돼도 배신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시간을 들여 소비해 남는 것이 없다 하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오로지 마음을 편안하게 안정시키고 휴식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그 역할을 다 했다. 포르투갈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의 문장을 인용하며 마무리한다. ‘이 책이 무용하므로, 나는 이것을 당신에게 건넨다. 당신에게 준다’ 

 

CREDIT

  • 에디터고현경
  • 어시스턴트이주현
  • 사진www.freepi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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